외국인 공무원은 법적으로 가능한 개념인가?

"일본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나요?"

2007년 12월 1일, 이 질문이 자주 들르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걸 우연히 보았다. 이전에 들은 바가 있어 간단히 찾아보니, 역시나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명박에 대한 얘기였다. 정치적인 감각과는 무관하게 질문의 문면 그대로의 의문이 생겼다. 페루에는 (국적이 아닌 혈통에 의한 구분일 뿐이지만 일본계인) 후지모리 대통령이 있었고, 미국의 경우 이민 1세대는 대통령을 할 수 없어서 미스터 터미네이터는 주지사 이상은 할 수 없다는 얘기들을 찾을 수 있었다.

위의 질문을 좀더 일반적으로 확대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외국인은 공무원이 될 수 있는가? 그에 대해 관련 개념과 사례를 통해 검토할 것이다.

국민과 공무담임권

우리나라 헌법 제25조는 다음과 같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
이 조항에 의하면 공무를 맡을 수 있는 권한은 국민에게 허용된 것이다. 여기서 위임을 받아 공무담임권을 규정한 법률에는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이 있다.

이 중 공직선거법은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적용되는 것으로, 제16조에서 피선거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동 조 제1항은 (헌법 제67조에 의하여) 대통령의 피선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한다.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
여기서도 주체는 국민이 되며 동 조의 다른 항에 대해서도 같다. 그렇다면 법적인 의미의 국민이란 무엇인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민과 외국인

헌법 제2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고 했고, 그 법률이 국적법이다. 이 법의 내용을 보면 국적의 취득과 상실에 대한 요건을 정하는 것에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이란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적법은 특히 제10조에서 국적취득자의 외국 국적 포기의무를 규정하고 제15조에서 외국국적 취득에 의한 국적상실을 규정함으로써 단일국적주의를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 즉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자는 다른 나라의 국적을 보유할 수 없고, 다른 나라의 국적을 가진 자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외국인은 국민이 아닌 즉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자로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거 혈통은 단순히 출생에 의한 국적 취득에만 의미가 있을 뿐이며, 혈통과는 무관하게 귀화로 국적을 취득할 수도 있다.

외국인과 공무담임권

공무담임권에 대한 헌법과 법률의 조항은 일관되게 국민을 주체로 하고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외국인은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의 직을 수행할 수 없다. 특히나 직무의 특성상, 경찰공무원법은 1969년 1월 17일 제정 당시부터 임용의 결격사유의 제1호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자를 두었고, 외무공무원도 국가공무원법 초기부터 국적에 대한 조건을 명시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은 외국인의 임용에 대한 제26조의3을 2002년 1월 19일 신설하였다. 또한 지방공무원법도 외국인의 임용에 대한 제25조의2를 2002년 12월 18일에 신설하였다. 이상의 법조문은 비록 분야를 한정하고 보충성의 원칙을 두고는 있지만, 분명 기존 헌법과 기타 관련 법률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시각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에도 있었다.

일본 공무원 임용의 국적조항

헤이세이17년(2005년) 1월 26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른 바 "도쿄도 관리직 국적조항 소송"에서 고법의 2심 결정을 깨고 도쿄도의 결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당 사건은 1988년부터 도쿄도 보건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2세가 1994년 관리직 시험에 응시하려 했으나 일본 국적이 아님을 이유로 원서접수를 거부당하여 제기한 소송이다. 1심에서 도쿄지방법원은 이를 적절하다고 판결했으나 이는 다시 2심에서 도쿄고법에 의해 뒤집힌다.

도쿄도는 이에 대해 상고하면서 상고이유서에 밝히기를, "공무에 취임할 수 있는 권리는, 그 성격상 해당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에게만 보장된 권리이기에, 외국인이 이를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로 주장할 수 없다", "국제적인 시각으로도, 외국인이 공무원이 되는 권리를 가지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는 2차 대전이 끝난 뒤인 1953년 (이전에는 식민지에 의한 일본인이었으나 19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의해 일본 국적이 박탈된) 외국인이 공무를 담당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 일본정부에 질문을 했고 다음과 같은 답을 얻었다.
법의 명문규정이 그 취지를 특별히 정한 경우를 별도로 하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국적의 보유가 우리나라의 공무원의 취임에 필요하다는 능력요건이라는 취지의 법의 명문규정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공무원에 관한 당연한 법리로서 공권력의 행사 또는 국가의사의 형성의 참획과 관련된 공무원이 되기 위해 일본국적을 가릴 필요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며, 다른 한편 그 이외의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국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정리하자면 (1) 외국인은 일본의 공권력 행사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없고 (2) 외국인은 국가의사형성에 참획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쿄도의 논리는 정확히 이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는 이미 가와사키시 등이 지방공무원에 외국인의 채용과 승진을 인정함을 시작으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국적조항 철폐가 확산된 시점이었고, 최고재판소의 판결은 기존의 국가공무원 논리를 그대로 추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아사히와 마이니치 등에 의해서도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당위

일본은 1970년대 말부터 가입, 비준한 국제조약에 의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게 되었다. 1979년 국제인권조약을 비준, 발효시킴에 따라 국내법을 개정하여 정주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조치를 취하였고 1982년 국제난민조약을 비준하면서 <내외인평등>의 원칙을 도입하여, 국민연금법이나 출입국관리법, 사회보장제도 증에 있어 외국인 차별을 완화했다.

가와사키시 등의 국적조항 철폐도 외부적인 필요성에 의해 촉진되었다. 일본에는 재일 한국인·조선인과 화교가 다수 거주하는데 이들은 국적의 차이만이 있을 뿐 일본에서 태어나 똑같이 교육 받고 똑같이 생활하고 똑같은 세금을 낸다. 이런 정주외국인들을 사회의 인적 자원으로서도 활용 가치가 있으며, 정주외국인 스스로도 사회에 공존하는 주민으로서 권리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존의 국적을 포기하고 새로이 국적을 취득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역사적 이유나 가족관계 때문으로 국적을 변경하지 않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당연한 법리'의 요건인 '공권력 행사'와 '국가의사형성의 참획'을 명확히 정의하여 그 외의 공무원 직무 영역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임용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일례로 마치다시는 외국인의 일반공무원 임용시에 과장 이상의 승진이 불가능한 것을 사전에 이해시키고 한정적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가와사키시는 여기에서 한 발 나아가 과장급 이상에서도 다시 공권력과 무관하고 국가의사형성에 참여하지 않는 직위를 세분하고 외국인 임용의 범위를 넓혔다.

가와사키시는 기존에 널리 인정되던 국적조항의 '당연한 법리'를 재해석함으로써 외국인 공무원 임용 일부 허용의 논리를 외국인 공무원 임용제한 일부 허용의 논리로 바꾸었다. "도쿄도 관리직 국적조항 소송"이 논란이 되는 것도 이런 변화의 단계이다.

우리나라 공무원 임용의 국적조항과 외국인 공무원 제도의 도입

경찰공무원법과 외무공무원법은 특히 대한민국의 국적을 자격 요건의 하나로 한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의 외국인의 임용 조항에도 그 분야와 기간, 범위에 제한을 두고 있다. 특정 공무원의 자격 요건에 이렇게 국적에 따라 제한을 두는 것은 일본정부가 해석한 '당연한 법리'와 마찬가지의 논리다.

우리나라도 1999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국내 정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를 논하였고, 일본정부가 이에 대해 상호주의를 주장함에 따라 관련 논의가 활발해졌다.

그 결과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각각 2002년 초와 말에 외국인의 임용에 대한 조항을 신설하기에 이른다. 당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 사항을 보면 "명문의 규정이 없어서 세계화 시대에 부응하여 외국인 임용이 필요한 분야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임용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특정한 분야에 한해 보충성의 원칙을 적용해 외국인도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였다. 이에 따라 외국인 공무원 1호로 (미수다에도 나왔던) 레슬리 벤필드가 서울시청에 채용된 바 있으며 이후 통역원 등 특수한 분야에서 외국인 공무원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공무원 임용에 있어 국민의 개념

국무회의 의결의 논리를 짚어보면(citation needed) 국가공무원법은 헌법의 위임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며 이때 헌법 조문의 국민에 대한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서 국민과 공무담임권에 대해 행한 검토는 다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문면으로 판단할 때 헌법은 분명 국민이 공무담임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고, 국적의 취득과 상실을 규정하는 국적법도 목적상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을 정한다고 하였으므로 국적이 국민의 요건이 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미 실정법에 도입된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에 관한 조항은 몇 가지로 나누어 판단할 수 있다.
  1. 헌법에 배치되는 위헌 법률 조항
  2. 헌법 조문의 국민 개념에 대한 재정의
  3. 공무원 개념의 확대

이때 실정법에 도입된 것이 비교적 최근이며 입안과 시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위헌으로 볼 여지는 적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개념을 재정의했다고 보면 이것은 정주외국인의 참정권 보장에 관한 논의의 연장으로 국가 전체의 주권자로서 국민이 아니라 행위능력을 가지는 구체적 시민의 합으로서 국민을 상정하고, 시민에 외국인을 포함시키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

또 공무원 개념의 확대를 보면, 공무원이란 법률에 규정된 직무와 직렬 외에 경우에 따라 공무원의 업무를 보조하는 비공무원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서 제도적으로 외국인 공무원이 도입되었으므로 이 경우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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