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과 공휴일

2007년 11월 하순 경, 제헌절이 빨간 날이 아니라서 '없어졌다!'면서 제헌절의 의미와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를 들먹이며 우국지사연 거창한 언설을 내놓는 사람이 많았다. 어쩐 일인가 알기 위해서는 국경일이 무엇이고 빨간 날 즉 공휴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국경일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서 “국가의 경사로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국경일을 정한다.”고 1년 중 몇 일을 지정하고 있다. 1949년 제정된 뒤 2005년에 한글날이 추가된 것 외에는 전혀 바뀐 게 없으므로 국경일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제헌절은 3·1절에 이어 당당히 국경일의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하고 있으며 “이 영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공휴일 중에서 국경일은 두 번째에 있는데 2006년 9월 6일 개정된 현행 규정은 '국경일중 3·1절, 광복절 및 개천절'이라고 한정하고 있으며 이 항목은 2005년 6월 30일 개정되기 이전에는 그냥 '국경일'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다만 이 개정에서 부칙으로 2007년 말일까지는 제헌절을 공휴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제헌절은 국경일에서 제외되지 않았으며 단지 관공서가 쉬는 날을 정하는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을 뿐이다. (종종 한글날이 '국경일에서 제외되었다'는 얘기가 종종 보이는데 오랜 운동 끝에 2005년에 국경일에 추가되었던 것이며 공휴일에서는 1990년 11월 5일 전면개정 때 빠졌다.)

이에 대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 검토보고서는 국경일, 공휴일, 기념일의 개념을 구분하고 국경일 중 일부만 공휴일로 넣는 게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이해를 하기에 아주 좋은 설명이었으나 다시 찾으려니 못 찾겠다. 특히 이 검토보고서는 그동안 국경일을 그대로 공휴일에 넣었고 그래서 일반적으로 국경일을 공휴일로 인식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에서 지정하는 공휴일은 엄연히 관공서가 쉬는 날일 뿐이며 통상적으로 다들 따라서 쉴 뿐이다. 이 때문에 굳이 '법정 공휴일'이라는 명칭이 따로 있는 것이다. 2006년 9월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 검토보고서는 이에 대해, 근로자에게 보장된 법정 휴일은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 하루 뿐이고,
공휴일에 쉬는 직장이 많기는 하나 이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관공서의 휴일일 뿐이며, 근로자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휴일이 아니어서 사업장마다 특성이나 규모 등에 따라 휴일의 범위가 천차만별로 다른 실정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제헌절이 국경일에서 어쩌고 하는 것은 좋게 봐도 용어를 혼동한 것이며 나쁘게 보면 빨간 날이 줄어든 것에 거창한 포장을 씌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휴일이 많다고 줄여대는 경향을 비판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더구나 여기에 편승해 제헌절을 뺄 것 같으면 차라리 종교 관련 공휴일을 빼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쉽게 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별개의 얘기다.


논외로, 위의 검색 과정에서 본 것인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9조에서 근로시간 등을 정하며 토요일 휴무의 원칙을 정했는데, 이것은 입법 기법상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1. 일요일 다음의 1의2. 토요일 정도로 추가하여 한 단계 위에서 폭넓게 정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이렇게 하지 않은 결과 "특허료 등의 징수규칙"을 보면 제8조 납부방법 등을 정하며 공휴일과 겹치는 기간에 대해 다시 토요일도 포함한다고 언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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