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과 도서대여점

2009년 6월.

도서관 관련 수업에서 작은도서관 시간에 그 이전의 문고에 대해 얘기하면서 영세한 규모고 소액이지만 대여료를 받았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리고 그 시간의 발표에도 아직 어느 새마을문고(새마을 운동 당시 민간의 문고 운동을 국가 차원에서 흡수해 조직하고 현재까지 중앙회를 중심으로 각 지역에 새마을문고가 운영되고 있다.)에서는 대여료를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생각했다. 그런 식이라면 대여점과 그다지 다를 것은 없지 않은가? 도서대여점이 출판계에 혹은 작가들에게 나쁜 혹은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은지 꽤 되었는데 뭔가 대여점을 양성화하려는 시도나 연구가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일단 교수에 물어 보았지만 우선 돌아온 답은 '문고는 도서관법에 의한 것이고 대여점은 사적인 것이라서 전혀 다르다'는 얘기였다. 그걸 몰라서 물은 건 아닌데. 이렇게 경직된 '법은 법이다' 식의 설명은 가령 그 제도가 없었던 시대에 있었던 도서관들은 부정하는 것 밖에 안 된다. 다시 도서관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부연을 하고 나서의 답은 '단정할 순 없지만 아마 그런 연구는 없을 것이다'였다. dbpia에서 좀 찾아보기도 했는데 사실 없긴 했다. 대여점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문헌정보학 관련에서 실태조사 수준 외에는 백안시하는 느낌이다.

법령도 마땅한 게 없었다. 만화방이나 비디오방은 꽤 오래 된 형태고 하니까 대여점법 내지 무슨 그런 법령이 따로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안 보였다.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령(1999년 6월 30일 일부개정 전)에 만화대여업이라는 게 있다가 규제가 완화되며 경찰 신고대상업종에서 빠져 이 법에서는 없어졌다. 청소년보호법(2010년 1월 18일 타법개정)에는 대여업에서 청소년을 고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대여점이나 대여업이 무엇이고 어떠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

http://haime.egloos.com/1888740에 달린 댓글을 보니 일단 저작권법 상으로 책 등을 구매 후 대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현재 도서대여점의 법적 지위는 그냥 딱히 걸릴 것 없는 개인사업체 정도라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도서라는 문화 상품을 취급한다는 게 아무런 특성이 되지 못하고 그저 물품을 비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 와중에 그나마 물건을 팔아야 하는 출판업계는 대여점에 딱히 큰소리 치기 힘든 상황이 되어 시장 상황이 재편되고 있는 거고. 뭐 이건 업계 얘기라니 더 알지도 못하고 내가 더 언급할만한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주제에 대해서는 http://ledeeoss.textcube.com/909에서 꽤나 자세하게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 (다 읽진 않았다)

http://orumi.egloos.com/4102064에서는 도서관과 대여점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우리 사회는 도서관이 해줄 수 없는 영역이 너무나 커서 대여점이 증가했던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도서관이 늘어나면 대여점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출판도서 구매력을 공공영역에서 대신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여점 사업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료 배분 문제나 출판업계 왜곡 문제도 분명 달라질 것이다. 도서관을 늘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고 현 상황을 타개할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는 점은 맞다. 하지만 시간과 돈이 드니까 그게 좀 걸릴 뿐.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기왕에 널리 퍼진 대여점을 도서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도록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서점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포섭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다루는 각 주체가 모두 연결되는 것이다.) 대여점이 일종의 문고처럼 기능해서 도서관에 상호대차를 신청할 수 있게 한다거나 대여점에서 어느 정도 회전을 마친 책들 중 상태가 괜찮은 것들이 도서관으로 들어간다거나 하는 식 말이다. 굳이 영리추구를 부정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 대여점의 POS가 KOLAS 같은 도서관 운영 시스템과 호환되어서 대여점에 있는 책이 검색까지 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럴려면 현재 그냥 개인사업체인 상태로 있어서는 곤란할 것이고 관련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실무를 모르니 어떠한 조항이 들어가야 될지는 모르겠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위생관리 정도 밖에 없다.


알라딘을 통해 중고도서를 구입했더니 도서관 표식이 있더라는 글을 보았다. 어차피 장서를 무한정 늘일 수는 없는 일이고 어떤 책을 파기할지 혹은 처분할지 결정하는 것이 사서의 업무 중 하나인데, 요즘 시대에 발맞춰 직접 알라딘 등에 중고 서적 공급자로 등록하는 건 어떨까? 도서관으로서는 무작정 내놓는 것보다는 값을 더 칠 수 있을 것이고 중고책 시장도 규모가 좀 커질 수 있을 것이고 구매자도 중고책 전체 규모가 커짐으로써 원하는 책이 나타날 확률이 조금 더 올라가는 것이니 모두가 좋은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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