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2008년 4월, 촛불시위가 확산되면서 시위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화제가 되곤 했다. 그 와중에 1인 시위는 집시법에 걸리지 않는다면서 여기저기 1인 시위를 하고 그에 이어 변형된 형태의 1인 시위가 생기고 그러한 변형된 형태는 처벌하겠다는 방침이 나오며 시간이 흘렀다. 도대체 1인 시위란 게 어떻게 정의되는 것이길래 집시법과 무관하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변형된 형태이고 그건 왜 처벌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하지만 다들 시위 자체에 대해서만 얘기할 뿐 이론적이 근거나 배경은 소개하질 않았다.

궁금증이 풀린 건 1년도 더 지난 2009년 6월, 과거 스크린쿼터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였다. 기사는 시위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1인 시위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언급했다. 집시법의 용어 정의상 시위란 ‘여러 사람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여러 사람이 아닌 1인 시위의 경우 집시법이 정하는 시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변형된 형태 즉 돌아가면서 서 있는 등의 경우에는 여러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집시법을 적용할지 어떨지 판단이 갈리는 것이고.

애초에 이런 해석을 도출한 것은 참여연대였다. 2000년 12월 4일, 1인 시위를 시도하고 그 때문에 연행된 뒤 집시법과의 무관성을 입증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함으로써 1인 시위의 개념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를 기록한 글에는 시위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껴가기 위해 제안된 단순한 발상에서 출발해 집시법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을 마쳤다고 되어 있다.


구성요건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관련 판례를 보면, 울산지법, 2008.6.10, 2008고정204 판결문에서
규정에 의하면 ‘시위’라고 하는 것은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는 개념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
이고,
나아가 피고인들 중 1인이 피켓을 들고 있을 때 다른 피고인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피고인의 주변으로 모여든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대외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별도로 구호를 외친다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 일체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1인 시위로서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5. 21. 선고 2002나60701 판결 참조)
(2002나60701이 바로 참여연대 손해배상 사건이다)
또한 집시법상 신고 대상인 시위는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이어야 하는바,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의 1인 시위의 장소가 삼성SDI의 정문과 남문 앞에 국한된 점, 피고인들이 순차적으로 들고 있던 피켓의 내용이 삼성SDI를 상대로 하여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인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는 상대방은 불특정 다수인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고용보장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삼성SDI의 경영진에 제한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
이라고 하여서 집시법이 규정하는 시위의 정의에 대해 어떠한 행위가 포섭되는지 혹은 포섭되지 않는지를 개별 문구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추가로 공동정범이 가능한지도 살펴보고 있으나 1인 시위와는 다른 부분이므로 살피지 않는다)

가령 우측의 경우를 보면, 강남역 지하상가 통로에 위치함으로써 앞서 살펴본 바에서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함에 속한다. 또한 앞서 살펴본 참여 부분의 조건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참여연대 2002나60701 판결문을 보면
OOO가 원고와 함께 현장 주위에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앞서 인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그 당시 시위 장소에서 시위의 목적을 알 수 있는 사관복장을 하고 피켓을 든 자는 원고 1인이었던 사실, OOO는 원고의 시위 당시 따로 구호를 외치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의 일체의 의사표시도 하지 않은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을 제3호증의 1, 2, 3의 각 영상에 의하면, 이 사건 이후 계속된 같은 목적의 참여연대 시위에도 사관복장과 피켓을 든 1인만이 시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인정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시위는 원고 1인만이 시도한 1인 시위라고 할 것
이라고 하여 외부의 식별가능성과 능동적인 참여를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사진의 참여자는 비슷한 복장에 동일한 노란 띠를 두르고 있어서 동일한 집단으로 식별이 가능하므로 집시법 상 시위를 구성하는 다수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어디에서 나온 해석인지 모르겠으나 20m 간격을 둘 경우 1인 시위가 성립한다는 식으로 설명되는 경우도 있던데 위의 판결에 비추어 볼 때 식별가능성을 무시한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

따라서 1인 시위로 판단할만한 여지가 없이 집시법의 적용을 받는 시위로 봐야 할 것이다.

울산지방법원 2009. 4. 17. 선고 2009고합SS를 보아도, 목적의 공동성, 장소적 근접성, 행동의 유기성, 의사표시의 동일성 등을 기준으로 1인 시위해당성여부를 판단한 판결로서, 해고자 복직이라는 공동 목적 하에서 30미터에서 70미터의 간격으로 서너 명이 조를 짜서 교대로 시위를 하였는데, 이것이 일반인도 가시권 내에서 복수 시위참가자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상태에서 동일한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여 기세를 보임으로써 불특정 다수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집시법 상의 시위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1인 시위의 발생 요인

1인 시위라는 것은 일종의 편법으로서 현행 집시법이 적용되지 않는 빈틈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였다. 이는 집시법을 준수하며 시위를 하는 것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여기에는 집시법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몇 가지 특성이 작용했다.

장소 선점

또한 2009고합SS에서는 항의의 대상이 되는 회사가 항상 집회신고를 먼저 하여서 사실상 신고를 한 이후의 합법적인 시위를 할 수 없었다는 피고측 주장에 대해 인정할 수 없으며 아니면 일반적으로 문제 없는 1인 시위를 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하는데, 장소 선점 때문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합법적인 시위를 할 수 없는 것은 비록 판결문에서는 일언지하에 거부되었지만 자주 발생하는 제도 운영상의 불만사항 내지 맹점이기 때문에 다시 생각할만한 여지가 있다고 본다. (2010년에 헌법소원이 진행중이라고 들었다.)

제한의 구성요건

집시법의 조항을 잘 분석해 문리를 벗어나는 방식으로 집시법을 비껴났으나 여전히 1인 시위가 제한될만한 여지는 많다.

경찰관직무집행법

1인 시위임에도 불허한다는 입장 표명이 있었는데 그 근거로 나온 것이 경찰관직무집행법이다.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살펴본 바 없다.

사익과의 충돌

도시는 많은 이들이 모여사는 곳이며 그에 따라 도시 공간은 밀집된 사유지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공적공간 혹은 공공장소로 유지되었던 길가의 벤치나 도심공원도 개발이익의 창출과 모든 것에 대한 상품화라는 자본주의적 원리에 따라 점차 사적 공간으로 용도 변경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과거에는 그냥 지나가다 쉴 수 있었던 것이 요즘은 카페 어디든 들어가서 개인 공간을 일정 금액 지불하고 그만큼을 구매해 일시적으로 점유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도시 공간 사유화 논문 찾아서보충할 것)

이러한 도시 공간 사유화 맥락에서 1인 시위는 단순히 집시법의 적용을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가령 오른쪽에서처럼 상가가 밀집한 공간에서 통행로 한 켠을 차지하고 벌이는 1인 시위는 공권력의 제지가 아니라 상인들의 제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광화문 일대 촛불집회에서 주변상가들이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호소한 것도 이와 같다.)

다만 삼보일배 시위 방해에 대한 판결(2009도840)에서
집회나 시위는 다수인이 공동목적으로 회합하고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로서 그 회합에 참가한 다수인이나 참가하지 아니여한 불특정 다수인에게 의견을 전달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지 아니한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집회나 시위의 장소, 태양, 내용, 방법 및 그 결과 등에 비추어, 집회나 시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다소간의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불과하다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도4467 판결 등 참조).
라 하여 시위에 수반되는 피해를 주변에서도 어느 정도 참아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고 있다. 물론 1인 시위라는 것은 여기에서 전제하는 집시법 상 다수인의 행위라는 부분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꼭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나 넓게 보아 사회상규에 비추어 판단한다는 점에서 기준의 하나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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